지하철 2호선, 아침 8시 47분.
사람들은 말없이 스마트폰을 보거나, 말 없이 서로를 미는 중이었다.
아무도 “죄송합니다”를 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괜찮아요”를 바라지 않았다.
한 남자가 신문을 펼쳤다.
1면엔 “공정과 상식의 시대”란 헤드라인.
그 아래에 작은 글씨로 “특혜 논란… 해당 인물 ‘기억 안 난다’ 해명” 남자는 킥킥 웃었다.
누가 봐도 웃긴데,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게 제일 웃겼다.
회사는 9시 3분에 도착했다.
팀장은 회의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우린 성과만 보면 돼. 알겠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입을 열지 않는 대신 오늘도 엑셀의 셀 안에 자기 감정을 지웠다.
점심시간,
식당 자리 옆 테이블에서, 늘 그렇듯 이어지는 뒷담화 속에서 그는 혼자 밥을 먹었다.
된장찌개는 짰고, 반찬은 익숙했고, 입 안이 너무 조용해서 마음이 시끄러웠다.
오후 4시,
슬랙에 의견을 올렸다. 누군가 “꼰대 같은 말 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익명이었지만 말투는 알 것 같았다. 그는 한 줄 지웠고,
다시 조용히 이모지를 눌렀다. ‘👍’
퇴근길, 강변북로.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사회가 갈라지고 있습니다.”
“누가요?” 그가 혼잣말처럼 물었다. 라디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건 밤 9시 반.
엘리베이터 안 CCTV에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양말을 벗고, 소파에 앉았다.
TV를 켰다. 뉴스는 여전히 말하고 있었다.
“이게 나라냐?”
그는 말없이 물을 마셨다.
오늘도 평범한 하루였다.
누구도 거짓말하지 않았고,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편했다.
요즘은 그게 ‘지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