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순간, 너의 뒷모습 하나로 내 세상은 완전히 재편됐다. 익숙했던 지하철의 덜컹거림은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바뀌었고, 내 안의 모든 감각은 너에게로 향했다. 그때였다. 귓가에 울리던 음악의 신시사이저 선율이 갑자기 더 선명해지더니, 주변 공기를 찢고 솟아오르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 객실의 불빛들이 한순간에 깜빡이며 꺼졌다. 암전 속에서 패닉이 아니라, 숨 막히는 기대감이 나를 감쌌다.
잠시 후, 다시 불이 켜졌을 때, 창밖 풍경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회색빛 도시의 잔상은 온데간데없고, 푸른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몽환적인 성운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닥에서부터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지하철 내부가 마치 우주선처럼 변모하고 있었다. 안전 손잡이마다 별똥별 같은 빛이 흐르고, 천장에는 수억 개의 별들이 박힌 스크린이 펼쳐졌다. 나는 두 눈을 비볐지만, 환상은 아니었다. 지하철은 지금, 우주를 가르고 있었다.
너는 여전히 창가에 서 있었다. 내 심장이 아드레날린으로 뜨겁게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에 거대한 우주적 로맨스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내 손이 너의 손끝에 닿으려는 찰나, 우주선의 창밖으로 거대한 블랙홀이 나타났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공포보다는, 네 옆이라면 어디든 괜찮다는, 벅찬 확신이 온몸을 지배했다. 이대로 너와 함께라면, 블랙홀마저도 새로운 시작일 뿐이었다. 내 손은 너의 손을 굳게 잡았다. 차가운 우주 공간 속에서, 너의 온기가 나를 따뜻하게 감쌌다. 우리는 함께, 알 수 없는 우주 속으로 나아갔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된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