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거리는 발목이 아스팔트 위에서 삐걱였다. 빗방울이 후드득 어깨에 떨어지는 순간, 나는 무심코 정류장 의자에 털썩 앉았다. 버스가 오지 않아도 괜찮았다. 어차피 오늘은 모든 것이 미로 같았으니까.
사실은 어제 밤부터였다. 내일이 오는 게 두려운 나. 늘 그렇듯 불안의 그림자가 발끝을 스쳤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그 그림자가 선명하지 않았다. 빗물에 젖어 흐릿해진 도시의 색깔처럼, 내 속의 먹구름도 희미해지는 기분. 저 멀리서 버스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찢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늘 그랬듯 목적지 없이 오르는 버스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축축한 옷을 털어내고 버스 뒷자리에 앉았다. 창밖은 여전히 비. 흐려진 유리창 너머로 번지는 가로등 불빛이 마치 물감처럼 퍼졌다. 그런데 문득, 내 발목을 에워싼 통증보다도, 내일을 걱정하는 마음보다도, 이 모든 축축하고 흐릿한 풍경 속에서 피어나는 작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옆자리 비어있는 의자에 놓인 잊혀진 작은 인형, 창가에 맺힌 물방울이 만든 일시적인 무지개. 아주 사소한 것들인데, 이 모든 순간이 완벽하게 좋았다. 지금 이 순간, 비 오는 버스 안에서 내가 느끼는 이 알 수 없는 충만감은, 어떤 불안도 스며들 수 없는 단단한 결정체 같았다. 그래, 세상이 아무리 모질고 덧없다 해도, 지금 이 감정만큼은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피어나는 미소는, 비에 젖은 거리에 번지는 한 줄기 햇살처럼 눈부셨다.
버스 엔진 소리가 잔잔한 리듬처럼 내 가슴에 울렸다. 내일은 또 어디론가 떠나겠지만,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지금, 이 비 오는 버스 안에서 내가 찾아낸 이 작고 확실한 기쁨이었다. 발목의 시큰거림도, 미래의 막연함도, 이 순간의 빛을 가릴 순 없었다. 그저 이대로, 이 기분 좋은 감각에 몸을 맡겼다. 오늘따라, 나는 정말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