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폐 깊숙이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가 천천히 빠져나갔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늘 이랬다. 중요한 순간마다 발끝이 얼어붙었다. 내가 과연 여기까지 온 게 맞는 걸까?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흔들리는 눈빛이었다. 그 수많은 밤, 나 자신에게 조용히 묻던 질문들이 메아리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수많은 넘어짐, 헤아릴 수 없는 눈물. 넘어지고 또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던 시간들. 그 모든 자국과 상처들이 선명하게 스쳐 지나갔다.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머릿속의 피아노 선율은 시작처럼 잔잔하고 introspective했지만, 내 심장은 이미 격렬한 드럼 비트를 예감하듯 뛰고 있었다. 저 문 너머의 세상은 이미 제 박자에 맞춰 웅장하게 울리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는 듯, 혹은 그저 흘러가듯.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애써 나를 다독였다. 아직도 마음은 흔들리지만,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나였고, 서툰 손끝으로도 이 삶을 지켜왔다. 웃음 뒤에 숨은 수많은 눈물도, 지워지지 않는 시간으로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고.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그 한마디가 목울대를 뜨겁게 달구었다.
차가운 금속의 손잡이가 손 안에 묵직하게 잡혔다. 무겁고 낯선 무게. 한 번도 열어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문 같았다. 망설임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더 이상 주저할 시간은 없었다. 용기. 그 단 한마디가 피 대신 온몸을 타고 흐르는 듯했다. 심장이 터질 듯 울렸다.
천천히 문을 밀어냈다.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강렬한 빛. 그리고 웅장하고 압도적인 소리. 잔잔하던 내 안의 피아노 소리가 파워풀한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가 더해진 록 발라드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시야 가득 쏟아지는 빛과 소리 속으로, 한 걸음. 그 한 걸음을 내디뎠다.
여전히 떨리는 다리였지만, 발밑의 바닥은 놀랍도록 단단했다. 나는 이제 이곳에, 내가 걸어온 모든 길 위에 분명히 서 있었다. 상처마저 품에 안은 채, 비로소 내 이름으로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며. 어쩌면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꿈꾸던 어른이 되어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 믿음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내 안의 내가, 나에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길 끝에서 나는 알게 될 것이다. 꿈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기 있는 나 자신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