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세면대 거울 앞에서 칫솔을 들다 멈췄다. 물기 맺힌 거울 속 내 눈가에 드리운 잔주름이 낯설지 않았다. 언젠가 보았던 아버지의 눈매가 거기,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내가 서른여덟이 되던 해, 아버지는 이미 그 나이를 한참이나 지나 하늘의 별이 되셨다. 매일 반복되는 이 아침,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이 소소한 순간이, 그에게도 익숙한 풍경이었을까. 그의 삶에도 이토록 조용하고 일상적인 아침이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복도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운 발소리, 서로 먼저 가겠다며 장난 섞인 투정들. 그 활기 넘치는 소음 속에서 아버지가 떠올랐다. 이 작은 손들을 잡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을까. 얼마나 예뻐하며 이끌어주셨을까. 나에게 그랬듯, 아이들에게도 한없이 다정한 할아버지였을 텐데. 그 따뜻한 손길을 아이들은 알지 못하고, 나는 이제야 그 빈자리를 더 선명하게 느낀다. 세월이 흐른다는 건, 잊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스며드는 과정인가 보다.
찬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툭, 툭, 떨어지는 물방울 사이로 거울 속 내 얼굴이 일렁였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 사이로, 어제는 보이지 않던 깊은 그림자가 내 눈빛에 깃들었다. 내 안에 아버지가 있었다. 굳건히 세상을 마주했던 그의 모습,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용기, 가족을 지키려 했던 그의 헌신. 그가 걸어왔던 길을, 내가 이제 걷고 있었다. 그의 발자국을 따라, 그의 무게를 짊어지고서.
그의 사랑의 깊이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 넓고 깊은 바다 같은 사랑을, 늦게 알아서 죄송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놓지 않을 그 마음을, 영원히 품고 가야 할 그 깨달음을. 나에게도,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도 이어져야 할 그 소중한 유산을.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축축한 수건이 피부에 닿는 감각이 생생했다. 거울 속 흐릿했던 내 모습이 선명해질수록, 내 안에 그의 모습이 더 또렷하게 새겨졌다. 그의 모습이 내 안에 선명해질수록, 삶은 더 힘껏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느낀다.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나는 이곳에서 그를 기억하고, 그를 살아낼 것이다. 내 안에 흐르는 그의 온기처럼, 영원히 식지 않을 그의 사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