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vee · by eternal_infinity

Inspired by: GSGD-1

어둠이 내미는 손

어둠이 내미는 손

Music Analysis

VEE™ Insight

이 곡은 내면의 아픔과 솔직하게 마주하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처음에는 세상에 숨기려던 상처와 눈물을 드러내고, 'Goodbye Sunshine, Good Morning Darkness'라는 가사를 통해 어둠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부서질 듯 흔들려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상처 위에서 꽃을 피우듯 더 단단해지고 따뜻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고난을 통해 더욱 성숙해지는 용기 있는 여정을 상징합니다.

오늘도 나는 혼났다.

정확히는,

혼날 만한 일을 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질문했을 때 대답하지 않았고,

친구가 장난처럼 던진 말에는 괜히 발끈했고,

집에 돌아와서는 엄마가 “학교는 어땠어?”라고 묻자 짜증부터 냈다.

“그냥.”

“왜 말을 그렇게 해?”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

말이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또 시작이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누가 걱정해주려고 하면 더 화가 났다.

괜찮냐고 물어보면 괜찮다고 하고,

힘들어 보인다고 하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혼자 있을 때는 또 생각했다.

사실 하나도 안 괜찮은데.

방문을 닫았다.

교복 셔츠는 의자에 대충 걸쳐두고 넥타이는 바닥에 떨어뜨렸다.

오늘 하루 종일 목을 조르던 게 풀려나가는 기분이었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켰다.

단체 채팅방에는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같이 웃었던 애들이 떠들고 있었다.

누군가 오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나는 웃고 있었다.

진짜 웃긴 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까 꼭 다른 사람이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화면을 껐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창문 밖으로는 아파트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저 집에도 불이 켜졌고,

저 집에도 누군가 돌아왔고,

저 집에도 아마 나처럼 오늘 있었던 일을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었다.

나만 이상한 줄 알았는데.

어쩌면 다들 조금씩 이상한 채로 사는 건지도 몰랐다.

나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어둠이 내려앉자 낮 동안 참았던 생각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왜 그 말을 그렇게 했을까.

왜 나는 그렇게 화를 냈을까.

왜 친구가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렸을까.

왜 엄마가 걱정하는 게 싫었을까.

그리고 결국 가장 싫은 질문 하나가 남았다.

나는 대체 왜 이렇게 못났을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눈가가 뜨거워졌다.

울고 싶지 않았다.

울면 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참을 버텼다.

그러다 결국 한 방울이 흘렀다.

그걸 닦지도 않았다.

그냥 놔뒀다.

오늘만큼은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을 테니까.

한참 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책상 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에 작은 화분 하나가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화분이었다.

흙은 바짝 말라 있었고 잎은 거의 다 떨어져 있었다.

나는 이미 죽은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마른 흙 사이에서 아주 작은 초록색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새순이었다.

이렇게 엉망인 화분에서도.

나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바라봤다.

이상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었다.

잘 자라는 것도 아니고,

예쁘게 피어난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봐 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살아 있었다.

문득 내일이 생각났다.

또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야 한다.

또 웃어야 할 수도 있고,

또 화가 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와 싸울 수도 있다.

아마 내일의 나도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오늘의 내가 엉망이었다고 해서
내일의 나까지 망가진 건 아니니까.

나는 손을 뻗었다.

새순을 만지지는 않고,

그 앞에 손바닥만 가만히 펼쳤다.

어둠 속에서 손끝이 조금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아마 기분 탓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걸 믿기로 했다.

낮은 너무 밝아서,

자꾸만 괜찮은 사람인 척해야 했다.

하지만 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왜 화가 났는지,

왜 울었는지,

왜 삐딱해졌는지.

그저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있었다.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아직 괜찮아진 건 아니다.

상처도 그대로고,

내일 해결해야 할 일도 그대로다.

그런데 이상하게 조금 편해졌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자꾸 흔들리는 건지도 모른다.

부러진 게 아니라,

자라고 있는 중이라서.

나는 어둠을 바라보며 아주 작게 말했다.

“잘 자.”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나도 몰랐다.

나에게였을 수도 있고,

오늘 하루를 버틴 우리 모두에게였을 수도 있다.

어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계속 있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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