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금속 프레임과 미묘하게 울리는 방음벽, 그리고 정수리 위에서 쏟아지는 날카로운 조명. 이곳은 나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 녹음실이다. 헐렁한 흰 셔츠에 느슨하게 맨 넥타이가 어깨 위로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과 함께 묘한 대비를 이룬다. 카메라가 렌즈를 나에게 고정하고 있었고, 나는 그 시선을 무심하게 받아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표정, 완벽하게 조율된 자세. 사람들은 나를 미스티라고 불렀다. 차갑고 도도하며, 오직 완벽한 음악만을 추구하는 아티스트. 그게 나의 가면이자, 나의 세계였다.
방금 녹음된 트랙이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다. 내가 만들어낸 전자음악의 파동은 정확한 비트 위에 정교하게 쌓아 올려져 있었다. 완벽한 음정, 빈틈없는 리듬, 심지어 숨소리마저 계산된 듯한 연주. 모두가 "미스티답다"라고 말하는, 결점 없는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내 귀에는 단 한 순간의 흔들림이 선명하게 박혔다. 브릿지 파트의 아주 미세한 보컬 떨림,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찰나의 불안감. 나는 그 실수를 감추기 위해 다음 프레이즈를 완벽하게 연결했지만, 내 안의 누군가는 비웃듯 속삭였다. '완벽하다고? 네가?'
"컷! 좋습니다, 미스티 씨. 완벽해요."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인터폰을 통해 들려왔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이 미세한 흠을 눈치채지 못했다. 혹은, 그저 '인간적인 매력'쯤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스튜디오 문이 열리고, 나는 무거운 헤드폰을 벗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밖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불빛들이 물감처럼 번져 있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 창가에 기대어 섰다. 불빛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빛나고 있었지만, 나는 그저 무표정하게 응시할 뿐이었다. 어딘가 깊은 사색에 잠긴 듯, 혹은 옅은 슬픔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내 모습은 아마 누구의 시선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였다. "저… 미스티 선배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몸을 돌리자,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을까 싶은 어리고 앳된 얼굴의 인턴 직원이 서 있었다. 이름이… 김유진이었던가. 손에는 낡은 악보 폴더를 들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나는 대답 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말없이 바라보는 내 시선에 유진은 어깨를 움츠렸다.
"저… 죄송한데요… 저번에 말씀드렸던 샘플 파일이… 제가 실수로 오늘 아침에 다른 폴더에 넣었지 뭐예요… 혹시 선배님 작업실 비밀번호… 살짝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지금 당장 필요한데, 팀장님은 회의 중이셔서…."
그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다른 사람의 작업실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것과 다름없는 부탁. 평소의 나라면 단칼에 거절했을 것이다. 내 작업실은 나만의 공간, 완벽하게 통제된 나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나는 왜인지, 잠시 뜸을 들였다. 창밖의 불빛이 여전히 아른거렸다.
"...어떤 파일." 나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아, 그… 지난주에 선배님께서 작업하셨던 보컬 샘플이요! '메아리'라는 폴더 안에 있을 거예요. 제가 그걸… 오늘 꼭 다시 확인해야 해서요." 유진은 초조하게 악보 폴더를 꽉 쥐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자잘한 실수들. 세상에는 완벽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이 때로는 모든 것을 흔들어 놓는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하지만… 그의 간절한 눈빛을 모른 척하기는 어려웠다. 나는 손을 뻗어 내 주머니 속에서 작업실 키카드를 꺼냈다. 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그 폴더 안에." 나는 키카드를 그의 손에 쥐여주며 짧게 말했다. "다른 건 건드리지 마. 알았지?"
유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는 몇 번이고 허리를 숙이며 급하게 스튜디오를 나섰다.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내 안에는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았다. '다른 건 건드리지 마.'라는 내 말은 과연 지켜질까. 완벽하게 통제되었던 내 공간에, 예상치 못한 불완전함이 침투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나의 진짜 온도는 그곳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알 수 없는 예감이 들었다.